AI 분석이 정의를 통일해도 여전히 틀리는 이유는 개체 사이의 '관계'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온톨로지와 지식 그래프가 무엇이고, 관계를 어떻게 그려 AI가 올바로 따라가게 하는지 마케터 눈높이로 설명합니다.

세 개의 눈을 모두 갖춘 마케터가 있다고 해봅시다. AI의 답을 의심할 줄 알고, 지표 정의도 팀과 통일했고, 데이터 토대까지 신경 쓰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어느 날 이런 질문 앞에서 다시 막힙니다. "이번 봄 캠페인이 실제 재구매로 이어졌어?"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이 질문에 답하려면 AI는 고객과 캠페인, 주문과 반품이 서로 어떤 사이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캠페인을 받은 고객이 그 뒤에 산 것인지, 원래 살 사람이었는지, 사고 나서 반품하지는 않았는지. 이 '사이', 곧 관계를 모르면 AI는 또다시 그럴듯하게 틀린 답을 내놓습니다.
정확성에 대한 안내 이 글에서 다루는 온톨로지(Ontology)와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는 특정 회사의 제품이 아니라 데이터 분야에서 오래 쓰여 온 일반적인 개념입니다. 구현 방식은 도구와 조직에 따라 다양하며, 어느 벤더 하나가 유일한 정답인 것도 아닙니다. 이 글은 개념과 준비 방향을 전하는 데 목적이 있고, 지어낸 통계나 특정 기업의 구체적 성과를 사실처럼 인용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세 개의 눈
이 글은 'AI에게 데이터 분석을 맡길 때'를 다룬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앞선 세 편에서 우리는 세 개의 눈을 얻었습니다. 첫 번째 눈은 AI가 준 숫자를 의심하는 눈이었습니다. AI의 매끄러운 답 뒤에 누군가 혼자 채운 빈칸이 숨어 있다는 이야기였죠. 두 번째 눈은 말의 모호함을 꿰뚫는 눈이었습니다. 같은 '재구매율'이 회사 안에서 다섯 개로 갈리는 문제를, 시맨틱 레이어(Semantic Layer)로 정의를 통일해 푸는 이야기였습니다. 세 번째 눈은 데이터의 토대를 보는 눈이었습니다. 똑똑해져야 하는 건 AI가 아니라 우리 데이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이 세 개의 눈으로도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바로 개체와 개체 사이의 '관계'입니다.
정의가 맞아도 분석이 틀리는 순간
두 번째 눈에서 우리는 '재구매'나 '매출' 같은 낱말의 정의를 통일했습니다. 정의가 통일되면 같은 단어에 같은 숫자가 나옵니다. 여기까지는 큰 진전입니다. 하지만 정의는 낱말 하나하나의 뜻일 뿐입니다.
분석은 대개 낱말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캠페인을 받은 고객의 재구매율"처럼, 여러 개체를 이어 붙여야 답이 나오는 질문이 훨씬 많습니다. 이때 각 낱말의 정의가 아무리 정확해도, 그 낱말들을 잇는 '관계'가 틀리면 결과도 틀립니다. 고객과 주문을 잘못 연결하고, 캠페인과 매출을 엉뚱하게 귀속시키고, 반품을 매출에서 빼지 않은 채로 말이죠. 정의가 낱말 사전이라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낱말들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그린 문법이자 지도입니다.
온톨로지란 무엇인가 — 우리 비즈니스의 개념 지도
그 지도가 바로 온톨로지(Ontology)입니다. 온톨로지는 우리 비즈니스를 이루는 개체들과 그 개체들이 서로 맺는 관계를 형식화해 그려 둔 '개념 지도'입니다.
이커머스에는 고객, 주문, 상품, 캠페인 같은 개체가 있고, 이들은 정해진 방식으로 얽혀 있습니다. 한 고객은 여러 주문을 하고(고객은 주문을 '한다'), 한 주문에는 여러 상품이 담기며(주문은 상품을 '포함한다'), 어떤 주문은 반품으로 이어지고(주문은 반품이 '될 수 있다'), 한 캠페인은 여러 고객에게 닿습니다(캠페인은 고객에게 '노출된다'). 온톨로지는 이 관계들을 사람의 머릿속이 아니라 데이터 옆에 명시적으로 적어 둡니다. 이 지도가 있으면 AI는 개체 사이를 넘나들 때 길을 잃지 않고, 관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따라가며 답을 조립합니다. 시맨틱 레이어가 '각 개체와 지표를 무엇으로 정의하는가'를 다룬다면, 온톨로지는 '그 개체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라는 구조를 다룹니다. 둘은 대립하지 않고 층층이 포개져 서로를 완성합니다.
실제 이커머스 데이터로 그려 본 온톨로지 (예시)
말로만 들으면 추상적이니, 실제 이커머스 데이터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단순화해 그려 보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사이트, 고객, 주문, 상품, 검색과 재구매라는 개체가 서로 어떤 관계로 연결되는지를 보여 주는 개념 지도입니다. 화살표 위의 말이 곧 관계입니다. 고객은 주문을 하고(일대다), 주문은 상품을 포함하며(다대다), 상품은 카테고리에 속하고, 주문은 재구매로 이어집니다. 특히 눈여겨볼 선은 고객과 검색, 방문을 잇는 '식별'입니다. 흩어진 행동 기록(방문 식별자)을 한 명의 고객으로 묶는 이 연결이야말로, 온톨로지가 서기 위한 첫 단추입니다.

데이터라이즈가 다루는 실제 이커머스 데이터를 개념 수준으로 단순화한 온톨로지 예시입니다. 실제 테이블이나 컬럼이 아니라 개체와 관계의 구조만 나타냅니다.
관계를 모르면 이렇게 틀립니다
관계가 빠졌을 때 AI가 어떻게 틀리는지는, 마케터의 일상적인 질문에서 곧바로 드러납니다.
캠페인 기여를 물을 때가 대표적입니다. "이 캠페인이 매출을 얼마 만들었어?"라고 물으면, AI는 캠페인을 받은 고객이 그 뒤에 낸 주문을 그냥 캠페인의 성과로 더해 버리기 쉽습니다. 원래 살 사람이었는지, 다른 채널을 보고 왔는지, 관계의 방향과 조건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반품도 그렇습니다. 고객과 주문은 이었는데 주문과 반품의 관계를 놓치면, 이미 환불된 매출이 우수 고객의 실적으로 남습니다. 상품 계층도 자주 어긋납니다. 상품이 카테고리에 '속한다'는 관계를 모르면, "뷰티 카테고리 매출"을 물었을 때 어떤 상품을 포함할지 AI가 제멋대로 정합니다. 낱말의 정의는 다 맞는데, 낱말 사이의 선이 틀려서 생기는 오답들입니다.
네 번째 눈: 관계를 읽는 눈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네 번째 눈은 '관계를 읽는 눈'입니다. 숫자 하나, 지표 하나를 정확히 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뒤에 놓인 개체들이 어떤 선으로 이어져 있는지를 함께 보는 시야입니다.
이 눈을 가지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재구매율이 얼마야?"에서 "무엇에서 무엇으로 이어진 재구매율이야?"로, "캠페인 성과가 어때?"에서 "이 성과는 어떤 경로를 거쳐 이 캠페인에 귀속된 거야?"로 바뀝니다. AI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계가 명시된 지도를 손에 쥔 AI는, 낱말을 잇는 선을 스스로 추측하지 않고 우리가 그려 준 대로 따라갑니다.
그래서 무엇을 준비하나 — 관계부터 그린다
온톨로지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마케터가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손에 잡힙니다.
먼저 우리 비즈니스의 핵심 개체를 종이 한 장에 적어 봅니다. 고객, 주문, 상품, 캠페인, 반품처럼 자주 등장하는 명사들입니다. 그다음 그 개체들 사이에 선을 긋고, 선 위에 관계를 적습니다. '고객은 주문을 한다', '주문은 상품을 포함한다', '주문은 반품이 될 수 있다'처럼요. 하나의 고객이 여러 주문을 갖는지(일대다), 하나의 주문이 여러 캠페인에 닿을 수 있는지 같은 방향과 개수도 함께 적어 두면 더 좋습니다. 이 그림이 곧 우리 회사의 첫 온톨로지 초안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관계의 출발점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고객'이라는 개체가 온전히 한 명으로 서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데이터 토대를 다룬 세 번째 눈에서 이야기했듯, 한 사람이 다섯 시스템에서 다섯 명으로 쪼개져 있으면 그 위에 아무리 정교한 관계도를 그려도 선이 엉킵니다. 관계를 그리기 전에, 노드부터 하나로 모여 있어야 합니다.
한 걸음 더: 지식 그래프와 에이전틱 분석
온톨로지가 실제 데이터로 채워져 살아 움직이는 형태를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라고 부릅니다. 개념 지도가 설계도라면, 지식 그래프는 그 설계도 위에 실제 고객과 주문, 상품이 노드와 선으로 얹힌 살아 있는 지도입니다.
이것이 왜 지금 중요한가 하면, 앞으로의 AI는 한 번의 질문에 한 번 답하고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 단계를 스스로 밟아 나가는 AI 에이전트는 "이 고객이 왜 이탈했는지"를 파고들 때 고객에서 주문으로, 주문에서 반품으로, 다시 캠페인 반응으로 관계를 타고 넘어 다닙니다. 이때 관계 지도가 없으면 에이전트는 매 단계 길을 새로 추측하고, 추측이 쌓일수록 오답도 함께 쌓입니다. 관계가 명시돼 있을 때 비로소 AI는 여러 단계를 안전하게 이어 갈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눈이 앞선 세 눈보다 한발 더 미래를 향해 있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네 편에 걸쳐 우리는 AI 시대의 데이터 분석을 네 개의 눈으로 살펴봤습니다. 의심하는 눈, 모호함을 꿰뚫는 눈, 토대를 보는 눈, 그리고 관계를 읽는 눈. 네 눈이 향하는 곳은 결국 하나입니다. AI가 우리 데이터를 '제대로 이해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맨 아래에는 여전히 하나의 토대가 있습니다. 한 명의 고객을 한 명으로 보는, 통합된 고객 데이터입니다. 온톨로지의 첫 노드인 '고객'이 온전해야 그 위의 관계도, 정의도, 분석도 어긋나지 않습니다. 데이터라이즈는 바로 이 토대를 만드는 일에서 출발합니다. 자사몰, 광고, 메신저, CRM에 흩어진 고객 데이터를 한 명의 프로필로 통합해, 관계와 의미가 딛고 설 단단한 땅을 만드는 것이죠. 온톨로지나 지식 그래프를 직접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지도가 그려질 수 있는 첫 노드 — 하나로 모인 고객 데이터를 채워 드리는 일입니다.
AI에게 우리 고객을 제대로 물어보고 싶다면, 그 답이 딛고 설 데이터부터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데이터라이즈가 흩어진 고객 데이터를 한 명의 프로필로 모으는 그 첫 단추를, 함께 채워 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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